이성을 많이 만나보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
20대 초반에 만났던 여자친구의 바람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혐오라는 감정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군대 제대하고 나서도 그 감정을 버리지
못했었고 이러한 속 사정을 알고 있는
주변 지인들은 극복해 보라며 소개를 계속
해주었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이성에 대한 혐오 감정을 떠나서
이성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고, 상대방은 이런 나를 보며
재미없다며 말하곤 떠났다.
소개만 10번 넘게 받았었는데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 역시도 솔직히 이렇게까지 이성을
만나야 하나 하면서 포기를 했다.
그때 내 나이 23살, 연애는 물론이고
결혼까지도 포기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오랜만에 친구가 내가 사는 동네에
놀러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아는 이성친구가 있다며 내 동의 없이
불렀다.
처음엔 어색하고 그랬었는데
다행히 그 친구 성격이 밝고 유쾌해서,
신기하게 친해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가 내가 안쓰러웠는지
동네 친구 하라며 소개해 줬던 것이었다.
소개가 아닌 그냥 동네 친구처럼 편하게
만나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소개받은 친구와
산책도 같이하고, 커피도 마시며 친해졌다.
이 친구와 만나면 만날수록, 이성에 대한
혐오는 점점 사라졌고, 또한 이성을 대하는데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마음이 편해졌다.
이 친구 덕분에, 나는 다시 이성친구를 만나기로
결심하였고, 여러 이성을 만나 경험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중에
그 이성친구같이 좋았던 여자는 거의 없었다.
만나는 여자마다 까이는 건 기본이었다.
까인 이유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내 성격이 될 수도 있고, 외모가 마음에 안 들거나
능력이 없어 보인다거나 등등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까인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소개팅 앱과 소개로 수많은 이성을 만났으나
결과는 30번 이상 까여본 것 같다.
솔직히 계속 까이다 보니, 연애에 대해
포기한지 오래됐고, 이젠 내성이 생긴 건지
자존심도 안 상하고
더 이상 잘 보이려는 노력도
내숭 떠는 모습도 지겨워져
전부 내려놓게 되었다.
그리곤 얻은 것은, 좋다 와 싫다.
차라리 뭘 해도 안되는 상황이라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표현하고 상대를 대하기로 결심하였고
더 이상 이성에게 잘 보이려는 행동이 아닌
기대를 내려놓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려면
만날 때까지 많은 이성을 만나봐야 확률이
올라가므로 또다시 끊임없이 소개와 소개팅 앱
등등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을 했다.
이렇게 생각의 방향성을 바꿨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이때부터 이성친구와 잘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 주장도 당당히 말하고
불만 있으면 말하고,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다.
이렇게 일 년을 이성들과 만나보니
나에게 맞는 이성을 만나 지금은
그 이성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던 갑과 을이 있는
관계가 아닌 서로 존중해 주고
아니면 아니라 말해주고, 맞으면 맞는다고 해주는
인생의 스승이자 동반자 같은 그런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20대 초반에 상처를 받아 3년 이상인 세월 동안
트라우마 속에 갇혀 살았던 것 같다.
도전이 없고 노력이 없었으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에 갇혀,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